보스톤 마라톤 참가기1 - 참가결정부터 접수까지 기본 카테고리

처음 해외에서 마라톤을 접한 것은 2015년이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 학회를 마치고 가족들하고 퀘백으로 여행을 하던 도중에 오타와에서 하루 머물게 되었는데 그 호텔에 묵은 사람의 대부분이 마라톤 출전자였더군요.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하던 때는 아니지만 그래도 틈틈히 운동삼아 달리기는 하고 있었을 때라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마 마라톤이라는 운동을 처음으로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 도시에 도착했을 때가 마라톤 대회 전전날 쯤이었고 산책 삼아 도시를 둘러보는데 마라톤 코스에 대한 안내 표지가 곳곳에 보였습니다. 오후에 운동삼아 그 코스를 따라 달려보았는데 풀 코스를 달리는 기분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도시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런 대회에 참가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던 중 귀국한 후에 두분 선배님을 우연히 만났구요. 무심천에서 달리기를 하면서 청원생명쌀 하프와 춘천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참가하게 되었고 지금은 달리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오타와 마라톤 모습

이후 오타와에서의 기억은 해외 마라톤 참가 욕구를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년간 미국에 살면서 보스턴을 거쳐 동부 여기 저기 다녀본 경험이 보스턴 마라톤 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했구요, 그래도 이것저것 알아보니 적어도 반년 전부터는 계획을 세우고 진행을 해야 되겠더군요. 보스턴 운동선수 협회(Boston athlete association) 웹사이트가 그리 친절하지는 않아서 정확히 언제부터 접수를 받는지 미리 공지가 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예년과 비교해서 대략 9월 초부터 접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이 되어 컴퓨터 캘린더에 9 1일부터 홈페이지를 확인하도록 메모를 해 놓고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하는 식으로 기다려 보았습니다.


보스톤 운동선수 협회 홈페이지. 올 9월부터 2019년 대회 접수를 받을 겁니다.

보스턴 마라톤 참가에 필요한 기준 기록이 있다는 것은 다들 잘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그 기록이 꼭 참가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제 나이대의 기준 기록은 3시간 20분인데요, 접수를 동시에 다 받는 것이 아니라 접수 첫날은 이 기준 기록에서 15분 앞선 사람만 먼저 받습니다. 둘째날은 10, 세째날은 5, 그리고 다음날은 기준 기록보다 앞선 사람 순으로 순차별로 받으면서 25천명의 참여 정원에 다 차는지를 따져서 결정합니다. 이번 122회 보스턴 마라톤에서는 이 기준 기록보다 2분정도 앞선 기록으로 커트라인이 정해진 것으로 후에 들었습니다. 저는 신청 당시에 3시간 4분대의 동아마라톤 기록이 있어 첫날에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신청 과정도 사실 쉽지는 않았는데 특히 대회비를 지불하는 과정이 좀 불편했습니다. 한국의 신용카드로 지불에 오류가 반복적으로 나서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미국 살 때 가지고 있던 미국은행의 계좌로 지불 승인을 간신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150불 넘게 돈을 준다는데도 까탈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요.


기록을 보내라는 메일과 동아마라톤 영문 기록증을 보낸 답 메일

어쨌든 지불이 완료되고 나니 신청서를 받았다는 메일 한통을 받았습니다. 지금 메일 박스를 뒤져보니 2017 9 12일이네요. 신청을 받았다는 것이지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네 기록 등등을 확인해 보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청 당시 홈페이지에 동아마라톤이나 춘천, 중앙 마라톤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보스턴 참여 인정 대회들이 목록에는 떠 있고 기록을 자동으로 검색할 수 있기는 하지만 영문 이름하고 한글 이름을 얘네들이 매칭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는 하였습니다.

아니나다를까, 9 26일경에 네 기록을 찾을 수 없으니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라는 메일을 받았구요, 이 경우를 대비해서 동아마라톤 담당자에게 요구해서 받은 영문 기록증과 동아마라톤 홈페이지에서 제 기록이 보여지는 링크 페이지 주소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나서 28일에 참여 확정 메일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2018 4 16일까지 준비 과정만 남은 것이죠.


참가허가 메일

여기까지는 가족과 상의 없이 혼자 진행했지만 이렇게 되고 나니 보스턴 여행에 대한 허락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집사람은 약간 터무니없어 하는 반응이었는데, 게다가 2018년이 되면 고2, 1이 되는 큰 애들과 연로하신 아버지를 집에 두고 초2짜리와 함께 가자니 급기야 얘가 제정신인가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혼자 가서 풀코스를 뛰어야 하고 각종 사건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동반자가 필요하다고 있는 말 없는 말로 협박과 애원을 반복했고 아무래도 지도 걱정이 되었는지 함께 가기로 하고 항공편, 숙박 등을 알아보았습니다.

예상대로 대회 전후로 보스턴의 숙박료는 평소 숙박료의 2배가 넘었습니다. 비교적 싸다고 생각되는 경우 시설이 너무 낙후했거나 대회장과 거리가 멀었구요, 아무래도 아이까지 함께 가는 상황에서 아무곳이나 정하기는 곤란했습니다. 일단 뉴욕에서 2박을 하고 대회 전날 보스턴으로 넘어가서 보스턴에서 체류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뉴욕과 보스턴 사이의 거리는 차로 3시간 반 정도 걸리고 암트랙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KTX같은 열차도 수시로 다니고 있어 가능하겠더군요. 하여간 그래도 여행인지라 들뜬 마음으로 이것저것 준비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여행 일정은 4 12일 출국, 12일 밤 뉴욕 JFK 공항 도착, 뉴욕 맨하탄 숙소 이동, 2박같은 3박 후 15일 아침에 렌트카로 보스턴 이동, 오후에 도착해서 배번 등 관련 물품 받고 16일 대회 및 휴식후 17일 다시 뉴욕으로 이동하면서 쇼핑 (동반자 두분은 이날에 모든 방점을 찍고 계셨음), 18일 출국해서 19일 저녁에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연가 4.5일을 써야 했고 발품과 여기저기 알아보면서 숙소나 렌트 경비를 최대한 아끼기는 했지만 자비가 꽤 들어가는 상황인지라 막판까지 이걸 가야하나 하는 회의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기는 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