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우울증과 자살

유명 연예인의 비극적 사건이 보도되기 하루 전에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어서 동반자살을 주제로 문헌과 기사를 검색한 적이 있다. 명확한 정의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동반자살이라는 것은 두사람 이상이 합의하에 같이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특정 종교집단에서 종교적 신념에 의한 자살,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처럼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사랑을 위해 재생이나 재결합을 희구하면서 감행하는 자살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유형은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혹은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것과 같이 가족 살인 후 자살하는 경우이다. 엄밀히 말하면 동반자살은 아니고 타살후 자살 정도의 용어로 언급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역시 명확한 용어 정립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이나 다른 문헌에서 동반자살로 언급하는 경우도 꽤 있다.
이런 유형의 동반자살은 다른 자살의 경우보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에서 더 흔했다는 보고는 있다. 거기에 서구와 달리 자식을 독립된 개인 인격체로 보지 못하고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문제, 어떤 문헌에는 이를 극단적 가족주의라는 용어로 특히 자녀 타살후 자살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흔한 이유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다른 설명은 사회적 안전망의 문제가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자녀 살해 후 자살하는 부모의 연령대가 30대인 경우가 많았는데, 결국 자살을 감행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극단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 혼자 남게 되는 아동이 이 사회에서 제대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지 못하고 그러느니 같이 죽는 것이 낫다고 결정하는 것이 아닐런지. 재생과 재결합에 대한 기제도 개입하겠지만 자식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는 장애아 부모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이유인 듯 싶다.
치매 노인을 간병하는 자식의 입장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적으로 가족에게 의존해야 하는 중증 치매 부모를 부양하는 가족의 부담은 막대하다.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내 치매 스승인 모리스 선생님은 진료 중 항상 가족에게 '당신은 괜찮은가'를 물어보신다. 이들은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장애 그리고 자살에 대한 독립적인 위험군이다. 이들의 스트레스와 정신적 부담을 다루는 것은 물론 보호자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환자를 위한 것이다.
치매 문제는 뇌에 병적 단백이 침착해서 인지감퇴가 발생한다는 병리적 사실을 이해하는 것과 함께 노인의 자존감과 위엄을 유지하는 문제,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 가족과 사회의 부담을 다루는 것과 같은 광범위하고 많은 영역을 이해해야 하는 문제이다. 환자와 가족의 부담, 절망과 우울감, 자살과 같은 다양한 정신사회적 문제가 동시에 다루어져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치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정부도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 같다. 노인정신의학을 하는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길지 않은 기간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업무를 하면서 경직된 분위기와 실적 중심의 의사 결정과 같은 관 주도 사업의 폐해를 느끼는 중이었다. 마찬가지로 관 주도의 치매 예방 사업이나 관리 사업이 효과적일지는 걱정이고, 몇 가지 그러한 조짐들을 외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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